현재 우울/한숨 두권이 번역되어 나온 상태이다. 무슨 잡지 공모전에서 대상 탄 작품이라고 함. 1권을 보고 A-를 주려했으나 2권보고 대 실망 B0로 감점.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에 정확히 들어맞는 작품으로 시종일관 입으로 불면 시베리아까지 날아갈 듯한 가벼움과 SF용어 모음집이라도 참고한 듯한 클리셰로 점철되어있다. 물론 무거움과 진지함이 천대받는 지금 가벼움은 하나의 미덕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렇게 입-아니 머리가심으로 읽고 던져 버리는 소설에서는 가벼움이란 필수적이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중문화에서 숨어있는 문제의식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취미인 내게 이 작품은 정확히 5500원 값만을 하는 작품이다.
우선 거슬리는 것은 노골적인 B급 코드 들이다.(나에게 있어서 B급 코드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외계 코드일 수도 있다.) 미소녀니 모에니 코스프레니 하렘이니 하는 노골적인 B급 코드는 양념이 아니라 이 작품의 주재료로 쓰인데다 화자가 그 재료들을 들고 설명을 해대는 장면에선 옆집에서 풍겨오는 정도가 아니라 눈앞의 냄비에서 펄펄끓고있는 B급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제일 짜증이 나는 것은 가벼움이 아니라 캐릭터인데 주인공인 하루히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막나가는 인간을 제일 싫어하는데 1권에서는 그냥 저냥 봐줄만 했으나 2권에서는 거의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막나가는 캐릭터를 보면 과거 K모사의 술쳐먹고 꼬장부린 모대리(성별 女)가 떠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캐릭터가 이 작품의 엑기스라고 한다면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엠브리오라도 파장이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 물론 이 작품은 전시리즈에 걸쳐 인간 말종인 주인공을 화자가 조교해서 사람을 만들어가는 눈물겨운 육아기로 구상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3권이 2권 이전에 일어난 에피소드임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주인공이 퇴행 한 것이 아닌한 여전히 말종도가 고수준일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이 작품을 A-에서 B0까지 유지시켜주는(C를 매기지 않은) 것은 작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1권은 물론 2권에서도 황당무계한 전개를 이어주는 것은 화자의 입담이다. 독백과 대화를 구별하지 않는 화자의 입담은 작가의 스토리 텔러로서의 재능을 보여준다. 1권에서 보여준 반전과(상당히 앞쪽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스피디한 전개는 짜증나는 캐릭터와 B급의 악취에도 불구하고 A-를 줄 정도로 상당하다. 그러나 2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1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풍기는 B급의 악취와 그것을 빼고나면 아무런 텐션없는 내러티브 뿐이다. 앞으로 계속 봐야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물론 4권부터는 (3권은 체육대회니 뭐니하는 2권이전의 단편에피소드일 것이므로 애시당초 기대하고 있지 않음) B급 코드를 대폭 들어내고 보다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만들다 만 게임을 팔면서 앞으로를 기대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마리미테는 1권과 2권의 갭이 거의없어서 미련없이 3권부터는 보지않았지만 이 작품은 1권과 2권의 갭이 상당해서 주저하게 만든다.)
p.s: 이 작품에서 또하나 빠진게 있는데 유머다. 항당무계한 스토리에는 그 황당무계함에 비례하는 수준의 유머가 필수라고 보는데 이 작품에선 턱없이 모자르다.